Diary (175)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기까지 죽음뿐 아니라 일이나 재능이나 관계에서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때가 있다. 슬프지 않다. 최선을 다했고 행복했고 이룰 만큼 이루었고, 잃을만큼 잃었고 아무것도 추구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난 시점. 살기 싫은 것이 아니다. 삶이 좋은 의미에서 소진된 것이다. 아프거나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까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유일한 차이는 행이든 불행이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능성이다. 죽음의 반대는 호기심,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알 수 없다는 불안과 설렘이지 당위로서의 생명이 아니다. - 정희진 글을 읽으면 늘 떨린다. 아프다 말하지 않는데 옴살이 하나 없는데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다. 이번 책 역시 그녀가 늘 천착하는 죽음의 얘.. 철학책, 너의 운명은 너의 경험을 초월한다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내용 중에 노자의 철학으로 ‘기관 없는 신체'를 해석하자면, 경계를 없애라는 이야기다. 우리 대부분은 자의적 경계 안에 자신을 가두고서 그것을 정체성으로 끌어 안는다. 들뢰즈에게 자아는 ‘나'의 존재론적 지위가 아닌 그저 ‘주어'의 문법적 지위에 불과하다. 고정된 주체는 없다. 마주친 우연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성질을 획득하는 ‘과정으로서의 분열증'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상 자신이 겪은 한정된 범주 안에 종속된 타협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기 전의 인류처럼, 미지의 경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추락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발전 가능성은 언제나 자신의 기억이나 자신의 발을 걸고 있는 사회의 .. 길을 잃는 것 길을 잃는 것, 철학하는 것.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허용해주는 그런 호기심 말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 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자각할 수도 있다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있다. ... 그렇다면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걸 정당화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노력, 그것이 아닐까. 교양을 쌓는 호기심이 아니라 .. 선택할 것 거친 서른의 삶을 산다며 누군가 물거든 더 세게 물어뜯겠다는 각오를 한, 어느 편집자의 피드글을 읽다가 아, 젊구나 했다. 엉겨붙어 싸우는 힘도 더러워서 떠나는 힘도 전부 젊음에서 나온다. 주말 동안 무겁게 짖눌린 심장을 돌보다가 뒤늦게 부재의 기억을 찾아 보고 견딜 수 없는 아픈 상태로 무엇이 중요한가 여러번 물었다. 칼뱅은 인간의 대죄는 제멋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고, 무슨 일이든 의무가 아닌 것을 하면 모두 죄악이라고 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강렬한 충동은 기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기력은 악용될 수 있지만, 그것이 왕성한 사람은 무감각한 사람보다 선한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의 소유자는 그것을 잘 키우면서 가장 강렬하게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내 본연의 인간성이 지우고 구.. 메모로 시작하는 월요일 영혼의 욕구는 부귀영화로 채울 수 없다. 이제 안정을 찾았다 싶은 바로 그때, 다시 뿌리째 흔들리며 새로운 방향으로 부름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사회적 짐을 짊어졌든 간에, 경제적 속박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하도록 부름 받았나.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대가를 치르고 충분한 용기를 갖춘 후 부름에 따라 실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아는 언제나 편안함과 안전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아를 희생하는 일에는 아픔이 따른다. 그러나 삶을 뒤돌아 봤을때 부름에 응답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괴로워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다. 보카투스는 우리가 스스로의 모습으로 최대한 충만하게 살라고 말했다. 선한 마음 뿐만 아니라 용기의 크기가 우리를 판단한다. 그간 분투해서 얻은 안전을 포기하는 일.. 꿈 같은 꿈 간신히 버틴 아슬아슬한 하루였다. 평일 밤은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초조해 잘 준비를 일찍 마치는데 와인도 펼쳐놓고 일기장 끄적이고 바이올린도 연습하면서 스스로를 달래는 밤을 가졌다. 평소보다 늦게 깊은 잠에 들다가 깰 새벽 무렵에 꾼 꿈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 따뜻한 심장이 돼 눈을 떴다 . 그리고 생각한다. 무의식과 나란 사람에 대해. 최악의 감정상태에서 머물고 싶은 곳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스로를 지키는구나. 바닥을 치면 솟아오르려는 힘. 늘 나다운 평균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구나. 꿈을 꾸는 것, 이것이 내 회복의 방식이구나. 지쳐 주저앉다가도 꽃과 빛이 있는 곳에서 다시 날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 꽃과 빛이 환상이라하더라도 온 마음을 다해 날개짓 하는 내가 불편하고 성가시고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초과적인 욕망 “(...) 상담사와 치료사들은 우리의 초과적인 욕망을 심리,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키프니스가 주장하듯 초과적 욕망은 자주 성장의 문제로, ‘언젠가는 성숙이 치유해줄 무언가’ 로 이해되는 것이다.” 갓 내린 커피와 순간의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과 책속 한구절 그리고 모든 걸 나눌 수 있는 친구까지 함께이길 원하는 난 늘 불충분하다. 이런 나를 스스로 미성숙하다며 나아지길 기다리다가도, 아주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거란 얘길 듣는 밤에는 좀처럼 답답함이 사라지질 않았는데 이 멋진 책을 만나 봄같은 위로를 받는다. 맞아. 초과적인 욕망에는 문제가 없다. 모든 인간은 환상에도 온 마음을 쏟을 수 있게 태어났을 뿐. #창비 #생각하는여자 #thethinkingwoman 철학에 기대어 생각하기 감정은 잘못된 사고의 꽃이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생각하다가 흐르는 감정에 집중한 시간들을 돌아본다. 불편한 감정은 힘들어도 기꺼이 마주 보면 오해 불신 기대 때문이구나 알게 돼 버리고 덜고 내려놓았지. 맞아 그랬지. 하지만 이 꽃처럼 본능에 가까운 순수한 감정은 알아채고 아끼고 보듬어야지 않을까. 때론 감정 그대로의 나여도 괜찮지 않을까. #책 #생각에기대어철학하기 #영배philosophy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