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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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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아름다움, 까뜨린느 '시네 프랑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프랑스 고전, 예술 영화를 소개하는 하이퍼텍 나다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을 상영하던 날. 평일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무려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관객들로 극장 로비가 들썩였다. 크지 않은 극장이지만 좌석은 금새 가득 찼고 내 앞의 앞 좌석에는 의 윤성호 감독도 자리해 있었다. 그날은.. 트뤼포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보고있다는 사실만으로 벅찬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영화 이 한번 두번 더 보고 싶은 강렬한 영화라는 걸 확인해 그럴싸한 영화와의 데이트를 한 셈이었다. 까뜨린느 드뇌브의 매력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시작부터 줄곧 한눈을 팔지 못한 이유는 바로 까뜨린느 드뇌브 때문이었다. 워낙 유명한 배우이기에 진작부터..
어쨌든, 영화를 만들다 DV6mm, color, 4' '어쨌든' 영화 만들기는,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좋아한다는 확신이 든 이후 줄곧 확인하고 싶었던 나의 재능과 감각을 시험해본 최초의 시간이었다. '어쨌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주어진 이틀 반이란 빠듯한 시간 동안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해야 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아무런 경험이 없는 채로 모인 나와 같은 동료 다섯 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말 내내 저녁도 거른 채 영화! 에 빠졌다. 그리고 다행히.. 기적처럼 영화!는 완성됐다. 더없이 소중한 나의 첫 연출 작품은, 그러나 너무나 미숙한 나머지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비밀스런 작품의 운명에 놓일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심리는 물론이..
홍상수 영화에 비친 '홍상수' 사실 홍상수의 영화를 100% 동의하진 않지만 전부를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난 주인공의 모습에서 저게 ‘인간 홍상수의 생生모습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안고 그의 영화에 푹 빠지곤 한다.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 '홍상수' 가 떠오른다. 다시 얘기하면 극의 주인공이 바로 홍상수의 실제 모습일 거라는 내 멋대로 예감을 통해 영화를 들여다 본다. 기억 하나. 올해 초 의 씨네토크 시간에 어느 관객이 과감히 질문했다. "이 모든 게 당신 이야기가 아닙니까?" 홍상수는 ‘내 모습이 은연중에 표현될 순 있겠지만 주변 인물들을 관찰한 결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대답했고 그 관객은 ‘그렇다’라는 대답을 기필코 듣고 말겠다는 태도로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이 상황은 진행을 맡은 평론가가 홍감독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
Stranger! 개봉관 5개, 관객수는? 이 지난 주 목요일 개봉됐다. 같은 날 개봉 영화들이 왁자지껄한 것도 아닌데 거의 침묵에 가깝게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 걸렸다. 물론 같은 대작들이 극장 몰이와 관객 몰이를 싹쓸이 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무음無音 과 같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제목처럼 처음 만난 이들이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한 편의 로드무비가 바로 이다. 탈북자 진욱, 10년째 한국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탈북자 혜정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 한국에 온 베트남인 팅윤.. 그들이 걷는 길. 시간. 공감 같은 것들.. 거대한 숲처럼 아파트가 우거진 도심의 풍경 속에 길을 잃은 진욱과 그를 위해 한 밤을 꼬박 새워 함께 헤매는 혜정. 잘못된 방향의 버스에 올라탄 팅윤과 그와 함게 목적지로 함께 걷는 진욱. 이렇게 ..
사랑을 이해하다 * 이미지 출저 단 한번도... 동성애자의 그리움을 아쉬움을 이별을 그리고 사랑을... 오롯이 가슴으로 들여다 본 적 없었던 거다. 외우고 익히고 동정 했을 뿐이다. 때아닌 후회라 하기도 민망한, 그저 어떤 깨달음 같은 게 뒷머리를 퉁 쳤다. 영화 이 나를 쳤다. 이런 나는 놀랍게도, 단 한번도 ‘동성애는 사랑이다’ 라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내 사랑과도 같은 ‘사랑법’ 이라고 믿었고 건방지게도 인정했고 또 존중한다, 고 착각했었다. 종묘 공원 한 켠에서 우연히 만난 두 노인이 모텔에 앉아 짜장면을 나눠먹는 장면에서조차 난 이들의 관계를 연인 이라거나 과거의 연인일거라는 일말의 예상도 하지 못했다. 나의 상상력이 지독하게 말라버린 모랫바닥일지 모르나 적어도 당신에게 단무지..
사창가에 핀, 꿈꾸는 카메라 까만 피부에 동그랗고 큰 눈. 누가봐도 빛나는 미모. 잘 먹지 못해 부른 볼록한 배와 찢어진 신발이 겨우 감싼 작은 발. 먼 나라의 아이들은 '도와주고 싶다' 거나 '마음이 아프다' 같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사진을 볼때도 역시 비슷한 감정때문에 마음이 아리곤 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아픈 이미지를 그저 내 안의 감상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은 걸까. 아이들의 현실을 내 감정에 소비하는 건 옳은 걸까. 인도 제 2의 수도 캘커타. 그곳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 펼쳐질 자신들의 삶이 어쩌면 고통스러운 절망과 닮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난 곳의 환경과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이건 숙명이라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묵묵히 ..
구혜선, 너 어디까지 가볼래? 배우에서 감독 작가에까지.. 놀라운 변신, 닮고 싶은 행보 나름의 고민과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락사로서 도움을 주는(구원해주는) 신부와 수녀. 배우 구혜선의 첫 연출작 의 출발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자는 신이 아닌 인간 바로 자신들이다. 생명 윤리에 관한 인간의 모순성을 그리고자 했다.’는 다소 심오한 연출의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영화는 기대 이상의 묵직함과 동시에 제목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엇, 구혜선에게 이런 면이?”라고 놀라게 된 건 미안하지만 사실이었다. 그저 앳된 얼굴의 TV 스타라고 여겼고, ‘스타’ 에 대한 편견이 구혜선을 비껴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웃고 잘 빠진 몸매를 위해 헬스클럽에 드..
광화문에서 만끽할 TOKYO 작년 겨울 복잡한 상처로 지쳐 거닐던 어느 날. 우연히 아니 운명처럼 들어선 곳. 흙 맛과 닮았을 흑맥주를 안고 를 그리고 밥 딜런을 들었던 그 밤의 기억. 그날 이후, 영화사 스폰지가 운영하는 극장 중에 특히 광폰지로 불리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나에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주는 쉼터 같은 곳이 되었다. 아직 나 외에 누구와 동행한 적 없는 그곳에 “사랑해, 도쿄”가 불시착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설레고 떨린다. 그렇잖아도 답답한 일상에 탈출을 꿈꾸며 마련한 두 권의 책 모두 여행에 관한, 그 중 하나는 일본 여행에 관한 책인걸. 인구보다 캐릭터가 더 많을 것 같은 그림 인형의 나라 일본, 그 중에 다 가진 것 같은데 예쁘고 친절하기까지 해 부럽고 얄미운 도쿄. 벚꽃이 천진하게 만발한 광화문 사거리에서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