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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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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Poster 골라보는 재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신작 이 4월 초 개봉한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어렵게 표를 구하고도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놓쳤던 영화기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어제 공개된 포스터가 좀 아쉽달까. 파스텔 톤 초록으로 뭉갠 하늘 위에 핑크색 로고타이틀이 주는 느낌이 너무 '샤방'해 고레에다의 영화와는 분명히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다. 혹시 아쉬움이 달래질까 일본판 포스터를 찾아봤다. 우선 배두나가 전\정면을 응시한 얼굴빵이 측면으로 틀어져 부담이 덜하고 하늘빛 노을빛도 제색 그대로의 느낌으로 살아있다. '공기인형'이란 묘한 어감이 불러오는 상상과 몽상이 적당히 절제된 이미지 안에 피어올라 왠지 더 마음이 간다. 영화가 당연히 영화만 좋으면 되지만 같은 기대작들은 포스터도 예고편도..
17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언 애듀케이션> 제니(캐리 멀리건)의 나이는 17살. 한국나이로 치면 18살쯤. 그때 난 즉석떡볶이, 스티커사진, 브래드피트, 스크린, 로드쇼 같은 것에 빠져 살았다. 가끔 일탈을 꿈꿀 때도 있었지만 기껏 점심시간에 학교 담을 넘어 친구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명동에 나가 핸드폰 줄을 사오는 걸로 만족하곤 했다. 제니처럼 친구들과 러시아제 담배를 나눠 태우며 파리의 환상을 노닥거리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때 난 남자가 뭔지도 몰랐고, 책을 나눠읽을 이성 친구 하나 없었다. 헌데 제니는 진짜 남자 데이빗(피터 사스가드)과 대화도 나누고 데이트 날을 잡고 예쁘게 치장하고 꿈같은 파리 여행도 떠난다. 아 물론, 첫날밤 아닌 첫날밤도 함께 보낸다. 이 모든 게 너무너무 부러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한..
죽음을 변주한 러브스토리 <백년해로외전> 짧은 영화로 긴 여운을 주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참신함이다.(라고 생각한다.) 짧게는 3분에서 20분 내외의 단편영화가 장르든 이야기의 구성이든 코미디적 요소든 장편(상업) 영화의 고집(스타일)을 따르다 보면 쉽사리 식상해 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본 단편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길지만) 은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과 영리한 배우들이 빛을 낸 참신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여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한 남자(이종필)의 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변해 가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반면 여자친구(김예리)는 죽은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밝고 명쾌한 어조로 인생의 결정적 순간들을 마치 인터뷰에 응하듯 대답한다. 남은 자는 질질 짜지만 떠난 자는 쿨하다. 둘의 자세가 ..
경계도시2, 의심스런 15세 관람가 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쯤 이른 감이 있다면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때쯤 이분법의 선악 구조 말고도 여러 가치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쯤. 아마도 열 살. 열한 살쯤 2010년에 엄마를 놀라게 한 이 영화를 꼭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지난 주, 한 시사회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몇몇은 눈시울을 붉힌 홍형숙 감독의 의 감동이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자리해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가. 영화를 본 뒤 스스로에게 여러차례 질문도 던져본다. 이념과 신념, 경계인에 대한 그간 미처 진지해지지 못했던 주제들이 가깝게 다가와 살갗을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 . 놀라운 건 가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영상물을 ..
발꼬락 뜯어먹는데 재밌네? <이웃집 좀비> 개봉을 앞둔 는 신선한 충격이다. 유독 '좀비' 영화만을 피해온 영화 편식인임에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영화 안팎으로 포진한 여러 특별함 때문이다. 우선, 2천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된 웰메이드라는 점. 홍영두, 장윤정 감독(부부)의 살림집 옥탑방에서 만들어진 영리한 ‘하우스무비’라는 점, 충무로 영화현장에서 조감독, 제작팀, 배우, 분장팀으로 만난 네 명의 영화꾼이 의기투합해 이룬 결과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보기 드믄 창의적인 제작시스템, 거기에 열정과 우정을 더해 탄생한 좀비영화는 좀비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취향조차도 단숨에 바꿔버렸다. 의 오영두, 홍영근, 류훈, 장윤정 감독 영화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빽 지르기다가도 낄낄 웃게 되고, 어느새 코끝이 찡해 오는 걸..
진정한 '여성영화인'의 시작! 여성영화인 모임이 주최하는 ‘여성영화인축제’에서 의 마케팅팀이 ‘홍보마케팅부문’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했다. 바로, 나의 일터 인디스토리의 마케팅팀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를 보기에 최고로 안락한 씨네큐브는 시상의 무대로는 너무 넓었다. 더구나 한 무대 위에는 예지원.엄지원 두 배우가, 객석에는 안성기 강수연 박찬욱 이준익 등 유명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국민’ 영화인들이 앉아계시니 더욱 더 심장이 죄었고 기가 죽었다. 그 떨리던 날이 훌쩍 지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이 상황을 바라보니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반 만에 나 역시 여성영화인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이 상’이 꼭 든든한 응원가 같다. 내가 받을 상은 아니라며 겸손한척 손사래 쳤지만, 어찌됐든 우리들이 열심히 영화에 빠져 산다는 걸 이..
아름다운 비극...'브로큰 임브레이스' 오밀조밀 견고한 연출력을 펼쳐 보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함께, 주저함 없이 마력과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를 보았다. 마치 꽃이 피고 지고 또 피는 것같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녀,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를 영화로 볼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건 영광인지 모른다. 는 영화와 사랑이라는 큰 밑그림 위에 마티스의 그림에서 볼 법한 강렬한 색으로 애정과 애증을 칠해 놓은 영화다. 영화 속 영화감독은 (어쩌면 페드로 당신을 닮았나요) 작품 속 여주인공(페넬로페 크루즈)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놀라운 점은, 이 둘의 사랑이 어느 모로 보나 용납될 수 없는 관계로 출발함에도, 둘은 조금의 고민 없이 마음..
[숨은영화찾기] ‘환상의 빛’ '더 코브' #1. 고레에다 히로카즈 ‘환상의 빛’ 이번 일요일(11/22), 상암동에 위치한 영상자료원의 시네마테크KOFA 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1995)을 상영한다. 좋아하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 관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모해 뒀는데 번번이 놓치곤 했다. 이번엔 꼭 봐야지. ‘환상의 빛’ 덕분에 부지런떠는 일요일이 될 것 같다. 시네마테크KOFA 에서는 모든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 기타 영화 상영 시간표는 여기로. #2.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오랜만에 스폰지 네이버 카페에서 파오님이 적어 놓은 ‘천 명의 소중함과 함께’ 란 글을 봤다. ‘더 코브’가 드디어 1000명이 넘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이 담긴 글이었는데 그저 영화사 대표의 심정이려니 했다. 헌데 어쩜 우연하게도 ‘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