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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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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홀린 Poster <로스트 맨> 개봉고지 소식을 알리는 메일에 딸려온 포스터 한 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찬찬히 뜯어보고 다시 봤다....꺄.. 야하다. 지난 2월께 심의가 반려된 의 포스터보다도 섹슈얼하고, 최근 뻥튀기 영화로 판명된 의 티저 포스터보다도 현실적이면서 감각적인 이미지다. 거칠게 흔들렸지만 살 뿐인 두 남녀의 과감한 포즈가 실사 그대로 쓰였기 때문일까. (숏버스의) 일러스트나 (오감도의) 포토샵보다 훨씬 강렬한, 영화사 진진의 8월 라인업 Poster 가 나를 홀렸다. 덕분에 감독 시놉시스 같은 기본적인 영화적 정보를 쭉 훑어보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엑조틱(exotic) 로드무비'라는 독특한 장르다. 은 낯선 서로에게 묘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두 남자가 매일 밤 술과 여자가 있는 밤 문화를 통해 은밀한 소통..
제주도와 두모악 제주도.. 서울에 쭉 살면서도 삼십 년 만에 제주도 땅을 처음 밟았어요. 큰 기다림 끝이라서인지 처음엔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었죠. 서울과 다를 바 없이 빼곡히 자리 잡은 널찍한 간판들이 아름답지 않았고 하우스 감귤, 한라봉은 물론이고 생수 같은 것도 장소에 따라 터무니없이 값비쌌거든요. 기대가 무너진 느낌 있죠. 공항 밖에 나오는 순간부터.. 뭐 예상 못한 건 아니래도 너무나 관광 화된 도시 풍경에 말이에요. 그래도 자전거에 몸을 싣고 둘러본 1박2일 동안의 북서쪽 풍경은 끝내줬어요. 특히 한림항을 지나 나오는 협재해수욕장은 최고였죠. 곱고 하얀 모래와 말그대로 청록색 바닷물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수심이 낮아 엎드려 누우면 물결이 배주변으로 찰랑 거려요. 그 산뜻한 감촉이 온 몸에 고스란히 와 닿는거..
중년의 아름다움, 까뜨린느 '시네 프랑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프랑스 고전, 예술 영화를 소개하는 하이퍼텍 나다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을 상영하던 날. 평일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무려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관객들로 극장 로비가 들썩였다. 크지 않은 극장이지만 좌석은 금새 가득 찼고 내 앞의 앞 좌석에는 의 윤성호 감독도 자리해 있었다. 그날은.. 트뤼포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보고있다는 사실만으로 벅찬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영화 이 한번 두번 더 보고 싶은 강렬한 영화라는 걸 확인해 그럴싸한 영화와의 데이트를 한 셈이었다. 까뜨린느 드뇌브의 매력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시작부터 줄곧 한눈을 팔지 못한 이유는 바로 까뜨린느 드뇌브 때문이었다. 워낙 유명한 배우이기에 진작부터..
어쨌든, 영화를 만들다 DV6mm, color, 4' '어쨌든' 영화 만들기는,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좋아한다는 확신이 든 이후 줄곧 확인하고 싶었던 나의 재능과 감각을 시험해본 최초의 시간이었다. '어쨌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주어진 이틀 반이란 빠듯한 시간 동안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해야 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아무런 경험이 없는 채로 모인 나와 같은 동료 다섯 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말 내내 저녁도 거른 채 영화! 에 빠졌다. 그리고 다행히.. 기적처럼 영화!는 완성됐다. 더없이 소중한 나의 첫 연출 작품은, 그러나 너무나 미숙한 나머지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비밀스런 작품의 운명에 놓일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심리는 물론이..
산티아고 가는 길 "나는 길의 감식가야. 평생 길을 맛보면서 살 수 있어. 이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아.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영화 'My own private Idaho'에서 리버 피닉스가 읊조린 말이다. 영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요절한 천재 배우 리버 피닉스 때문이었을까. 길 감식가라는 말은 준과 지니의 청춘을 지배했던 말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 두 여자는 이미 길에 중독되어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책장에 꼽혀 있던 이 책을 손에 집은 건 정말이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저 나른한 오후를 때워볼 심산 이었다. 낮잠을 좀 자고 싶었는데 쉽게 잠들지 못했기에 어쩌면 읽다가 지쳐 단잠에 빠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독 자주 눈에 띄었지만 표지도 제목도 마음에 안 들어..
홍상수 영화에 비친 '홍상수' 사실 홍상수의 영화를 100% 동의하진 않지만 전부를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난 주인공의 모습에서 저게 ‘인간 홍상수의 생生모습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안고 그의 영화에 푹 빠지곤 한다.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 '홍상수' 가 떠오른다. 다시 얘기하면 극의 주인공이 바로 홍상수의 실제 모습일 거라는 내 멋대로 예감을 통해 영화를 들여다 본다. 기억 하나. 올해 초 의 씨네토크 시간에 어느 관객이 과감히 질문했다. "이 모든 게 당신 이야기가 아닙니까?" 홍상수는 ‘내 모습이 은연중에 표현될 순 있겠지만 주변 인물들을 관찰한 결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대답했고 그 관객은 ‘그렇다’라는 대답을 기필코 듣고 말겠다는 태도로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이 상황은 진행을 맡은 평론가가 홍감독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
Stranger! 개봉관 5개, 관객수는? 이 지난 주 목요일 개봉됐다. 같은 날 개봉 영화들이 왁자지껄한 것도 아닌데 거의 침묵에 가깝게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 걸렸다. 물론 같은 대작들이 극장 몰이와 관객 몰이를 싹쓸이 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무음無音 과 같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제목처럼 처음 만난 이들이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한 편의 로드무비가 바로 이다. 탈북자 진욱, 10년째 한국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탈북자 혜정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 한국에 온 베트남인 팅윤.. 그들이 걷는 길. 시간. 공감 같은 것들.. 거대한 숲처럼 아파트가 우거진 도심의 풍경 속에 길을 잃은 진욱과 그를 위해 한 밤을 꼬박 새워 함께 헤매는 혜정. 잘못된 방향의 버스에 올라탄 팅윤과 그와 함게 목적지로 함께 걷는 진욱. 이렇게 ..
인디스토리 새벽 2시. 택시 안. 왠걸 흐리멍텅할 것 같은 정신이 번쩍번쩍하다. 그 시끄럽고 환한 웃음 소리가 얼마나 더디게 찾아온걸까. 밤이 새벽에 닿고 또 아침에 이르도록 그렇게 웃고 또 웃고 싶다고.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