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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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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2013. 1. 이미 봄에 취했는걸. 겨울 안녕.
Bye 2012. 12. " 기억 속의 그것은 영원히 소통 불가능한 것으로 남았다." Good bye the camera, you and 2012.
특별하지 않은 눈 2012. 12. 5. 흰 눈이 펑펑 쏟아진 초겨울의 느낌이 어찌나 생경한지 마치 태어나 처음 겨울을 맞은 듯 멍하게 창밖만 바라봤다. 금세 발목 높이까지 쌓인 눈밭을 거닐고도 싶었지만, 그리할 수 없는 신세라 단념했다. 오후 늦게야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 마중 나가며 감칠맛 나게 눈 위를 걸었는데 그 기분이 또 뭐랄까... 특별하지 않았다. 하얀 눈이 사방에 펼쳐졌는데 이토록 무감할 수 있다니. 나는 자라는 중일까 작아지는 중일까. 문득 그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내 안의 내가 궁금해졌다.
PM 4 2012. 12. 4.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12. 12. 3. 12월이다. 비가 내렸다. 겨울이라고 하기엔 포근해, 이른 겨울비라기 보단 늦은 가을비라 불러야 어울려 보였다. 이런 하루의 기분이 좋기도 했고 싫기도 했다.
논산에서 만난 그녀 논산. 태어나 처음 와보는 곳이다. 사진을 취미 삼거나 뜻을 둔 8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왔다. 우리는 논산의 면면을 주어진 두 시간 동안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난 사진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그때처럼 재래시장 주변을 누비고 싶어졌다. 고단한 삶의 풍경을 사진 찍는 다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한편 욕심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잘 알아 그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찍고픈 마음은 경계하기로 한다. 찍는 이의 마음과 찍힌 이의 마음은 같아야 하므로. 사진은 최후로 두고 관계 맺음을 최선에 둔다. 큰 카메라를 둘러메고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이방인을 쏘아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다. 머쓱해져 슬금슬금 돌아 호박이며 가지며 색색의 야채들을 찍거나, 기우는 폐가의 창을 찍을 뿐. 손님이라곤 그림자도 안 뵈는 가게..
새벽 산책 새벽 산책으로 시작한 하루 한젤이가 이른 아침 잠에서 깼다. 어젯밤 일찍 잠들어 신나했는데... 역시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인가 보다. 잠결 무거운 몸 일으키기가 살짝 고역이지만, 덕분에 새벽 산책길에 나섰다. 떠오르는 태양과 울어대는 닭과 지저귀는 새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서울이었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한 아침상은 계란에 김과 오징어무침만으로도 충분하다. 입 짧은 아이도 평소와 다르게 한 그릇 뚝딱 먹어주니 괜시리 뿌듯하다. 실컷 놀아도 겨우 오전 열 시. 책 읽는 엄마 옆에서, 아이는 벌레 잡기 놀이에 한창 집중하다 제법 용감해진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으쓱해하며 오전 잠에 스르르 빠진다. 지칠 줄 모르게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들의 재잘거림이 여느 노랫소리만큼..
Photo by Hangel 다섯살 한젤군이 찍어줬다. 장소가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제주 숙소인거 같기도 하고. 사진 잘 찍는 남자로 자라주렴. 너에게 한 평생 찍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