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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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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 2013. 4. 호수길 오리배 위에서 발가락 한 두 개에만 힘들여 발구를 때의 그 속도만큼 요즘 내 시간은 천천하다. 백일이여 오라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날들이 지나자 이젠 언제쯤 걸을 수 있을까 싶어 느긋한 시간을 탓한다. 침이 잔뜩 묻은 제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잠을 청하는 아기와 입 맞출때 불현듯 깨달았다. 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를. 루다와의 소중한 하루가 또 지나고 있음을. 제발 늦추어라 시간아...
Here " 2013. 4.
Blue Valentine 2010 공교롭게도 미쉘 윌리엄스가 주연한 두 편의 영화 (2012)와 (2010)은 우리가 알던 '사랑'이 결혼이란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분분히 흩어지는지를 직시한다. 고민 안에 '사랑'만 있고 결혼은 없던 그 시절에, 만약 이 두 편의 영화를 만났다면 과연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자문은 지금의 결혼 생활이 불만족스럽다거나 불완전하단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다만 가슴 안에 붉게 타던 그 '사랑'을 떠나보냈다는 어쩔 수 없는 상실감과, 더 이상 낯선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이해의 과정이다. 의 주인공 딘(라이언 고슬링)과 신디(미쉘 윌리엄스) 부부가 키우던 개가 죽은 채 발견된 날, 서럽게 울던 딘은 불현듯 제안한다. 여기를 벗어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그때처럼 사랑을 나누자고. 신디는 ..
아무래도 2013. 4. 아무래도 미워하는 힘 이상으로 사랑하는 힘이 있어야겠다 이 세상과 저 세상에는 사람 살 만한 아침이 있다 저녁이 있다 밤이 있다 - 고은-
라 차스코나 2013. 3. "무릇 위대한 예술은 기존 질서에 맞춰 사고하길 거부하고, 익숙한 사물을 평범하게 지나치는 나쁜 관찰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라 차스코나: 헝클어진 머리
느린 아침의 선물 2013. 3. 흐린 봄날의 연속이다.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나는 게 역시 밀당의 대가! 반복의 일상에서 새 계절은 손님처럼 반가운데, 봄이라면 초록이 아쉬운 아파트촌에서 특히 더 귀하다. 이토록 자연이 삶의 일부인데 망각하고 살다 그리울 때만 찾아 나서는 건 아닌지. 온 식구가 늦잠을 잤다. 유치원 버스는 이미 떠났으니 급할 것도 없다. 느긋이 아이 등원 준비 시키고 문 밖을 나서니 새들의 지저귐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우린 아직도 쌀쌀한데 이 봄을 만끽한다는 듯. 무겁게 앉은 회색 하늘 아래서 걔들의 경쾌한 소리가 더딘 봄에 움츠린 날 위로한다.
Amour, 2012 미카엘 하네케, 2012 사랑을 전제로 시작된 '부부'란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사랑의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순간마다 알던 사랑이 흩어졌음을 깨닫고 새어나오는 쌉싸름함을 맛보는 게 결혼이오, 이 맛이 사랑이었나 헷갈릴 때마다 건방증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겨 사는 모양새여야 부부다. 둘의 심장 소리가 온 몸을 두드릴 때 함께 잠을 자고, 매일 밤 나란히 누워 잠자길 이루면, 어느새 각자가 침대의 일부분이 되어 서로를 의식치 못하고 잠든다. 세월이 흘러 문득 스치듯 마주한 얼굴에서 닮은 듯 늙어버린 서로를 발견하게 될 때, 행여 그맘때 병이란 불행이 들이닥쳐 당신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되어줄 유일한 한 사람이 됐을 때, 그때 알게 되려나보다. 이 전부가 사랑이었단 걸. 이토록 차갑고 날선, 아..
I'm listening for the weather 2013. 2. 너의 목소리가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