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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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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sh, Hemingway Karsh 의 Hemingway Ernest Hemingway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의 사진 앞에 한참을.. 아주 한참을 머물렀다. 증명사진과 견줄 만큼의 정면성을 띄어 심심하게도 보이는, 인물사진의 흔한 프레이밍을 선택한 이 사진은 놀랍게도 여러 상상을 불러온다. 우선, 그의 당시 나이가 어림잡아 가늠된다. 얼추 큼지막한 몸집과 건장한 체격의 무게감도 느껴진다. 온 뺨과 턱을 뒤덮은 덥수룩한 수염과 포근한 터틀넥 스웨터 덕분에 이 앵글이 가진 경직은 순화되지만 살짝 치켜 떠 무표정하게 허공을 향한 눈동자는 어쩌면 이 사람의 겸연쩍음 혹은 부끄러움을 내보이는 것만 같다. 굳게 다문 입술과 굵게 페인 이마 주름이 어울릴법한 단단한 눈맞춤이 아니다. 어쩌면 아마도 그는 수줍음이 많았던 노인이었으리. 찰나. 바..
그래도 극복해 삶의 기막힌 타이밍 중에 하나는 한 박자 늦는 깨달음이야. 그놈은 언제나 현재를 쫓는 과거에 머물러 지금의 꽁무니만 질질 쫓아 이대로라면, 눈 감는 그날도 아마, 아쿠, 이제야 알겠네 하게 될거야. 두 눈을 부릅뜬 끔찍한 모습으로 말이지. 사랑은 그래도 괜찮았잖아. 첫눈에 반해 이거, 사랑같아. 던져도 나름 로맨틱했고, 나 그만할래 하고 떠나면 곧 이별이 됐고, 다시 만나고 싶단 구애로 반나절 집 앞을 서성이면 그대로의 품속에 안길 수도 있었잖아. 사는게 사랑같음 얼마나 좋을까 말이야. 헌데, 사랑처럼 살았냐고 반문해보자구. 그렇게 목숨걸고 울고 웃어봤는지 그의 마음을 향해 돌진해 봤는지 그의 심장 박동을 느껴 보려고 귀조차 기울여 봤는지 말이야. 따뜻한 심장이 있다고 믿고 산거야 이제껏. 그거 하나면 ..
야夜질주 2011. 4. 광화문 사거리 굉음 속 질주하는 젊음이라니. 한달음에 네 등에 업히고 싶어라...
창신동, 티끌모아 로맨스 촬영장 2011. 4. 촬영현장, 창신동 영화 촬영장을 가까이에서 구경해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십억 단위의 영화라니, 더구나 한예슬과 송준기가 주연이라니 기대가 남다를 밖에. 밤 열시가 넘어서, 야식으로 준비한 돼지 족발을 한아름 실은 제작부의 차량이 창신동의 가파른 오르막 골목길을 올랐다. 밤샘 촬영이 예정된 그곳은 밤길을 훤히 밝혀주던 가로등 불빛이 초라해 보일만큼의 조명기기가 완벽 세팅되었고, 대략 가늠해 봐도 족히 60, 70명은 돼 보이는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발아래 펼쳐진 서울의 야경도 찬란했지만, 진하게 쏟아지는 조명 빛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어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거라던 감상적인 책 제목이 거짓말임을 알아차려 버렸다. 영화는 영화인 거다.
이렇게나마 View Outside Window 2011. 3. 27. 창밖 사진엔 '우연'이 있어 좋다. 순간을 포착하는 게 리드미컬하게 이어질 때나, 포착할 순간을 위해 샅샅이 뒤져 살펴 볼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나마. 사진을 한다.
'사진가들의 48가지 마음가짐' View Outside Window 2011. 3. '사진가들의 48가지 마음가짐' 차라리 슬럼프는 깊은 것이 참 좋으리 별 볼일 없는 것엔 감탄치 않는 것이 참 좋으리 문득 느꼈다면 잽싸게 찍는 것이 참 좋으리 빙그레 미소 짓는 자신감이 퍽 좋으리 참된 자신을 살리는 것이 참 좋으리 어설픈 능란함, 능란한 어설픔, 어느 쪽이든 참 좋으리 찍을 수 없는 건 안 찍는 것이 참 좋으리 따끔한 비평 참 좋으리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때로는 참 좋으리 바르는 은유제, 때가 때인 만큼 아끼는 것이 참 좋으리 같은 부류야 모아서 본다 쳐도 유사 작품은 안 하는 것이 참 좋으리 누가 부추기면 못 이기는 척 따르는 것도 참 좋으리 모르면 알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참 좋으리 카메라 자랑은 안 하는 게 참 좋으리 밤..
당신 누구인가요? 2011. 2. 22 '손홍주 인물사진 과제' 셀프포트레이트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이 질문에, 21살 영화감독이 꿈인 친구는 칠판에 해삼처럼 보이는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을 설명했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언니는 'O형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고 A형인줄 아는 분도 계시지만 AB형입니다' 라며 혈액형별 특징으로 성격을 내보였다. 가장 인상 깊은 한 분은 짧게 주어진 발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며 3분짜리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을 BGM으로 깔고 얘기를 시작, 그간 찍은 사진들 중에 몇 점을 가지고 와 일상과 미래의 포부까지 조곤조곤 설명하셨다. 난? 동문서답처럼 현재 처한 상황을 나열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는데, 최소한 귀가 밝다는 단편적인 특징이라고 알렸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단 생각도 든다. 허나 이..
마지막이란 2011. 2.18 낙원동 처음 같았어야 했다. 그날의 설렘과 기대를 잊지 않기 위해 애썼어야 했다. 강렬한 여운의 짧은 영화를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던 특권을 행복처럼 누렸어야 했다. 금요일 밤의 짜릿한 데이트 '금요단편극장'이 열리는 날, 서울아트시네마에 나와 같은 취향의 관객과 눈 맞춰가며 인사 나누는 일이 마지막이 되기 전에. 영화 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애정을 쏟은 업무가 바로 단편영화 상영회인 '금요단편극장'이었다. 영화제 외에는 딱히 볼 기회가 적은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러던 것이, 점차 일로 느껴지자 한달에 단 한번인 낙원동 방문이 신나지 않는 날도 많았던 것 같다. 오늘처럼 마지막이 올 줄도 모르고 후다닥 일을 끝내던 날도 많았을 거다. 마지막을 예상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