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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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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사진전 성남훈 작품 한해 두해, 길게는 십 여 년의 세월동안 한 곳에 오롯이 집중해 삶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를 존경한다. 그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한 점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그래서 행운이다. 성남훈, 이갑철, 공수정, 이상엽, 한금선 등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한 점 사진전’이 경복궁 류가헌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위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갤러리에서 마련한 아늑한 공간에 앉아 꼼꼼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점심시간을 쪼개 들르기엔 볼거리가 너무나 많아 숨이 넘친다. 도심 속 휴식처인 고즈넉한 갤러리 류가헌 자체를 즐기는 시간을 넉넉히 빼 놓고 다시 발걸음 해야겠다. '한 점 사진전‘ 은 2월 28일까지 열린다. → 류가헌 웹페이지 http://blog.na..
공감능력 2. 17 개봉 영화 의 VIP 시사회 중 영화가 급작스럽게 멈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누구보다 감독님 얼굴이 빳빳이 굳었다. 하드의 돌발 에러라고 극장 측은 설명했고, 임시 하드로 교체해 프로그램을 재부팅해야 하는데 상영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기계적인 문제라니. 어떻게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서서 기다리는 수 밖엔 없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흘렀을까. 김조광수 대표님이 '아무 설명 없이 앉아 계시게 하는 건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뭐라도 해봐.' 라고 하셨다가 '해주세요. '라는 부탁에 떠밀려 스크린 앞으로 뛰어 나가셨다. 그의 위트있는 말솜씨로 경직된 객석의 분위기가 슬며시 녹아내려 다행이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영화의 데이터..
무용지물 2011. 2. 전남 영월 법성포 전남 영광군 법성포. 이곳이 한때는 영광굴비로 영광을 누려, 목포만큼이나 큰 항구 도시였단다. 여전히 굴비 가게가 즐비하긴 하나 분위기는 좀처럼 한가한 게 꼭 영화 '라디오 스타'의 88년도 가수왕 최곤이 떠오른다. 인적은 드물고, 갈매기들과 지저분한 강아지들만이 삼삼오오 떼를 진 모습만이 눈에 띈다. 난 이 저무는 도시의 쓸쓸한 풍경이 마음에 든다. 서울의 일상에선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감상에 젖어 카메라를 만지작 거려본다. 사진 찍기 적격인 낯선 풍경 앞에서 눈길이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아직 멀었구나. 18-200 렌즈를 손에 쥐고도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난감하다. 자연을 담는단 건 어렵구나...
종로 풍경 Antique and Feeling 2011. 1. 22 "어떤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대상에 대한 존중없이 서둘러 일을 끝내면 사진 안에 거리감과 냉담함이 그대로 실린다. 당신이 대상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한다면 이미지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 하루 동안 종로를 걸었다. 정확히 하루 중 5시간동안 광화문에서 종각, 낙원동의 낙원상가, 탑골공원, 세운상가 등을 걸으며 보았고, 가끔 사진을 찍었다. 서울사진축제의 ‘서울 같지 않은 서울’ 서울 길 걸으며 사진찍기 워크샵에 참여한 탓이다. 사진가와 함께 서울길을 걸을 수 있단 매력 뿐 아니더라도, 죽었다 깨도 혼자는 코앞의 종로 길을 다섯 시간 동안 걷지 않을 나 자신을 잘 알아 기회를 놓치지 말자며 서둘러 신청했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
이미지비판론 2007. 12. 쩌우줭 '사진의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감각은 반복을 통해 둔화된다. 감각이 둔해지면 양심도 둔해진다.' (수전손택), '카메라는 유행을 쫓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가난마저 유희의 대상으로 바꿔버린다.' (발터 벤야민). 날선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시선이 머문 곳엔 가난한 피사체가 있다...
'아이 엠 러브' '아이 엠 러브' 2011. 1월 개봉 가끔 나의 일부를 떼어 놓을 때가 있다. 그것도 기꺼이 능동적으로. 정확히는 시댁 식구들과 함께 있을 때 대체로 그런 편이다. 그땐 일도 고민도 기분도 멀찍이 둔다. 그렇다고 나란 이 자체가 타인으로 변신하는 건 아닐 테지만. 아무도 직언으로 지시하지 않은,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스스로는 찾지 않을 역할의 자리로 가 해내야 될 일들은 한다. '아이 엠 러브'(감독 루카 구아다그니노) 의 엠마(틸다 스윈튼)에게 옅게나마 '나' 를 비춰보는 건 지나친 이입일까. 엠마는 이탈리아 상류층 재벌가로 시집온 러시아 여자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가족행사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가정 비서 역과 아이의 옷가지를 세탁소에 맡겨주는 가정 주부의 역까지. 엠마는 가정 안에 정형화 ..
서울사진축제 ~1.31 2011. 1 서울사진축제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 제1회 서울사진축제가 서울의 한복판인 서울시립미술관 경희분관(광화문)과 남서울분관(명동)에서 한창이다.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 전시는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엮어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을 교차해 보여준다. 대형 프린트 된 서울의 지하 공간 사진들은 거대한 비현실의 공간처럼 묘사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서울의 60-70년대 시대상이 반영된 사진들을 보면 사진이 가진 의미 중 '기록성'에 대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전시는 1월 3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분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절대 감상해야 할 공간이 또 있는데, 바로 '사진책 도서관'. 무려 1000여권에 가까운 귀중한 사진집을 무료 감상할 수 있게 진열돼 있다...
머물도록 하는 힘 'Rachael' 2011. 1. 레이첼 & 막시밀리언 콘서트 2005년도인가. 야마가타(Rachael Yamagata)의 목소리에 홀려 그녀를 한 꺼풀씩 탐닉하다가 최근에는 슬쩍 우울하고 싶은 날 꺼내듣곤 한다. 어두운 음색과는 다르게 실제 그녀는 발랄함 자체였다. 잘 노는 언니의 포스를 발휘하며 섹시한 농담도 감각적으로 뱉었고, 함께 공연한 막시 밀리언 해커의 마르고 긴 몸에 살짝 기대 안기며 익살맞은 표정도 보였다. 앙코르 무대에는 걸쳤던 윗옷을 벗고 나풀거리는 민소매 원피스로만 등장해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중저음의 섹시한 음색으로, 자신의 이별담을 무심하게 애기하다 진심을 열창하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막시 밀리언 해커(Maximilian Hecker)의 목소리는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