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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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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노래 2007.12. 상하이 올해의 시작에 '소박한 밥상' 을 집은 건 탁월한 선택인 듯싶다. 작년 이맘때 육식을 멀리해보자는 각오가 말짱 도루묵이 되고도 모자라 아예 깜깜하게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다시 한 번 채식주의의 의지를 다잡아 보게 됐다. 사실 어떤 글에 감흥 했다고, 글처럼 실천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아마 나의 채식주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일테고... 다만, 실낱같은 희망을 봤다면, 바로 어제. 일주일에 내내 먹으래도 좋을 만큼 난 닭요리를, 특히 닭볶음탕과 삼계탕을 좋아한다. 어제는 몸이 으슬으슬 춥고 기운도 없길래 삼계탕용 닭을 사다가 집에서 푹 고아 먹었다. 문제는 그 닭이 너무 작았을 뿐 아니라, 불그스름한 것이 꼭 아기 같아 보였다. 모른 체 하곤 고놈을 팔팔 끓여 넓은 냄비에 담아 다리..
특별하지 않기 2010. 12. 별일 없이 일찍 잤더니 참새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새해의 첫 날인데 그만한 감흥은 적고 그저 쉬는 하루 추운 겨울 조용한 아침이란 느낌. 쉬엄쉬엄 올해 바람들이나 적어볼까. 작년처럼 사진 찍는 게 재밌고 신났으면. 내가 찍은 사진이 찍힌 사람에게도 행복이면 더 좋겠어. 지금보다 소박한 밥상을 꾸려봐야지. 한젤이보다 먼저 일어나는 부지런한 엄마가 되자구. 친구들과 돈독하도록 먼저 신경쓰고. 엄마 아빠 사진 많이 찍어드려야지. 무엇보다 아프지 말자, 건강하자. 평범한 바람들을 이루고 사는 것, 뭘 이뤘다는 성취감도 비껴갈 만큼 잠잠하게 살아지는 것. 이게 바로 복이고 행운같아. 나이 들고 있구나. 언제나 특별하길 바라던 나인데...
'사랑하고 싶은 시간' 우연히 '사랑 하고 싶은 시간' 의 리뷰를 읽었는데 만듦새가 좋다는 평과 더해 불륜을 다룬 얘기라기에 호감이 일었다. 나 같은 과감한 러브씬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나의 감정결이 무엇을 얼마만큼 공감할지가 궁금했다. 그저 새로운 사랑을 현실과 별개로 아름답게만 그려놓진 않았을까 걱정도 됐지만, 씨네큐브 작품이니 우선 믿고 보기로 했다. 영화는 제목이 주는 감미로움에 비해 불륜이란 소재를 통해 불안한 두 영혼의 혼란스런 시간을 다뤘다. 그런 면에서 영문제목 'What more do I want' 가 영화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해 준다. 두 주인공이 '더 원하는 것' 은 사랑이지만, 그건 욕망과 닮았고 타인의 눈엔 불륜으로 비친다. 그래서 영화는 비밀스럽고 은밀하다. 영화 속 안나는 오랫동안 동거 중인 남자친구..
2010. 12.23 2010. 12. 23. 날이 제법 쌀쌀해져 귀가 떨어져 나가는 줄만 알았다. 이를 앙 물고 경복궁에서 조계사까지 걸은 덕분에 더욱 휘양 찬란해진 야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한 장 사진이 마치 내 것이 된 것 마냥 기쁨에 달뜨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사진은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
2010 Bye Bye 2010. 12. 24. 매일 보는 풍경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숫자에 불과한건 나이 뿐 아니라 날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2010년이 끝나가는 달력을 보면 마음이 초조해지다가도 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싶어 차분해지려한다. 그래도 괜스레 이맘때엔, 일 년 동안의 사진을, 본 영화를, 책을... 쇼핑 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될 것만 같다. 가장 행복했던 치사했던 웃겼던 슬펐던 순간들도 꼽아보고 싶어진다. 올해의 인물인 그분께 짧은 메일으로나마 안부 인사도 건네고, 소홀했던 부모님도 챙겨드려야겠단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혼자서의 여행이 한 차례도 없었던가. 대신 대 가족을 이뤄 떠난 여행이 몇 차례 있었다. 나를 놓고 가족의 일원으로, 엄마로 며느리로 아내로... 자리한 경험들은 또 다른 나의 ..
Photos of Year 2010 Sitting on a snow-covered bench, a woman took a picture of herself in a park in nothern Spanish city of Vitoria Jan. 8. A polar wind crossed Spain in January, many parts of the country registered freezing temperatures and snow storms. Alvaro Barrientos/Associated Press A injured child received medical treatment in Port-au-Prince, Haiti, on Jan. 13. A 7.0-magnitude quake rocked the Caribbean nati..
한 영화가 900개 스크린 장악? 김종관감독 지금 한국의 독립영화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국제적으로 독립영화가 이렇게 활성화된 나라는 거의 없다. 산업적인 기반은 조금 허약하지만, 산업이 지탱되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과 관객뿐만 아니라 저변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고민하고 영화를 틀기위해 노력하고, 천명이든 만 명이든 볼 수 있도록 개봉하려는 시도들이 있고, 어쨌든 받아주는 영화 극장들이 있는 것인데, 상상마당도 있고, CGV도 있고, 정부에서 전용관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당장 돈을 버는 산업은 아니지만, 저변을 지탱하는 환경이 이렇게 활성화된 나라는 거의 없다. (...) 배급 독과점 문제. 한 영화가 스크린 900 개를 가져가는 상황 같은 것들, 작은 영화들이 특정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상영이 될 ..
ROCK 십년만 젊었어도 데쉬했을텐데. 스무살 때 나의 이상형을 이제야 만나다니. 하기야..나 스물때 넌 열살이었겠구나. 또 모르지.. 당시 나의 심미안으로 너의 미래를 알아봤을지도. 후훗. 직접 도안했다는 '꽃'을 형상한 오른 목덜미의 타투는 널 기억하는데 아주 요긴하겠다. 또 만나게 되면 좋겠다. 록. 2010.12. 공간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