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애플알러지

(477)
경계도시2, 의심스런 15세 관람가 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쯤 이른 감이 있다면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때쯤 이분법의 선악 구조 말고도 여러 가치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쯤. 아마도 열 살. 열한 살쯤 2010년에 엄마를 놀라게 한 이 영화를 꼭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지난 주, 한 시사회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몇몇은 눈시울을 붉힌 홍형숙 감독의 의 감동이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자리해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가. 영화를 본 뒤 스스로에게 여러차례 질문도 던져본다. 이념과 신념, 경계인에 대한 그간 미처 진지해지지 못했던 주제들이 가깝게 다가와 살갗을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 . 놀라운 건 가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영상물을 ..
1년의 휴가 꿈이 아니길,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라마라는 동물은 내게 1957년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 나타났다가 도시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황급히 택시를 타고 제 고향 안데스의 고산지대로 귀향한 후 도시에 나타나지 않는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생명체 같은 것이었다. 인지 모라스 라는 매그넘 사진작가 중 가장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사진을 찍었던 여성 작가가 있는데, 그녀의 사진을 통해 라마라는 동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나처럼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터이다. 김경의 .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여유롭고 호기롭게 미지의 땅 곳곳을 밟을 수 있을까.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으리란 뜨거운 각오를(다시 돌아오게 되더라도) 가슴 깊이 품을수 있을까. 패션잡지 기자로, 또 칼럼리스트로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은 여행지 선택..
발꼬락 뜯어먹는데 재밌네? <이웃집 좀비> 개봉을 앞둔 는 신선한 충격이다. 유독 '좀비' 영화만을 피해온 영화 편식인임에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영화 안팎으로 포진한 여러 특별함 때문이다. 우선, 2천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된 웰메이드라는 점. 홍영두, 장윤정 감독(부부)의 살림집 옥탑방에서 만들어진 영리한 ‘하우스무비’라는 점, 충무로 영화현장에서 조감독, 제작팀, 배우, 분장팀으로 만난 네 명의 영화꾼이 의기투합해 이룬 결과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보기 드믄 창의적인 제작시스템, 거기에 열정과 우정을 더해 탄생한 좀비영화는 좀비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취향조차도 단숨에 바꿔버렸다. 의 오영두, 홍영근, 류훈, 장윤정 감독 영화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빽 지르기다가도 낄낄 웃게 되고, 어느새 코끝이 찡해 오는 걸..
신생아실에서 조리개를 열다 (물)깊을 심(深)자, ‘심도’를 카메라 용어로 이해하기 시작한 지난 주. 평소 자주 봐온 배경이 포커스 아웃 된 사진이 즉, 심도가 얕은 사진이란 걸 알게 됐다. 비로소, P모드와 Auto모드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절하는 M모두를 다룬 첫날. 사진의 주인공이 특별해서 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심도를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이 꽤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은 태어난 지 1주일 된 조카 밤토리다. 조리개를 f1.8(최대)로 열고 피사체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위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심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 1. 조리개가 열릴수록 심도가 얕다. 2. 렌즈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가 얕다. 3. 렌즈가 망원일수록 심도가 얕다.
마음으로 찍은 <윤미네 집> 나무와 숲이 아름다운 유월이면, 우리 집 큰애 윤미가 시집간 지 2년이 된다. 지난 해(1989년), 스물여섯이 된 윤미는 자기가 좋아하던 짝을 따라 그토록 정다웠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 우리 가족들 곁에서 날아갔다. 그것도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다. 그때쯤부터인가, 나는 무심결에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못된 습성이 생겼다. (...) 그때서야 나는 아이들 사진 찍는 일도 마무리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6년 동안 찍어둔 필름 뭉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년 만에 복간 된, 고(故)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의 머리말이 책 속 사진들만큼이나 감동을 준다. 조경국 선배의 블로그 를 통해 알게 돼 주문하기까지 고민한 시간이 짧은 만큼 이 책은 첫눈에 반한 사랑처럼..
그립다 나의 벗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우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즐거웠던 저 하루가 나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다 줬을까.
White 빨간 우체통 머리위에 이토록 가지런히 내려앉은 하얀 눈을 처음 보았다. 회사 근처 새마을금고 앞에 만들어진 크고 단단한 눈사람. 당근으로 만들어진 주홍색 입술이 인상적이다. 사실은 낡은 박스 더미에 불과한 이것이 수북이 쌓인 하얀 눈의 선물 바구니 같다. 눈과 하나가 된 오토바이. 오토바이 모양의 솜사탕 같기도 하고, 솜 장난감 같기도 하다. 눈 내린 지난 주, 춥고 거칠던 출근길에서 꽤 아름다운 눈의 앙상블과 마주쳤다. 모르고 지나칠뻔한 길가 풍경이 마치 하늘이 내려준 하얀 선물 같았다. 어느 새 눈 내리는 날이 좋지만은 않은 나이, 한시가 아까운 아침 시간에 '에라 모르겠다, 이왕 늦은 거 눈 구경이자 하자' 며, 곳곳을 살핀 건 잘한 일이다. 큰 눈이 내리지 않더라도 매 하루의 하늘 빛 바람 구름은..
'시작'이 모인 색다른 12월 나의 12월은 대부분 ‘흥청망청’ 이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못 산거 대충 넘기자며 다음 ‘1월’을 담보로 시간도 감정도 넘치게 써댔다. 헌데 올해는 좀 다르다. 한 해를 정돈하는 대신 새로운 하루처럼 뭔가를 시작하고 있다. 좋게 보면 부지런한 모습이나, 어쩌면 마음이 좇기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Swing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했다. 린디 유랑 캠프의 ‘린디갱생반’을 통해 근 2년 만에 다시 춤을 춘다. 한동안 열성으로 배우고 춤췄던 기억들이 흩어지기 전에 다시 몸에게 스윙의 리듬을 복습시키는 요즘. 사실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다. 무조건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던 배짱 좋던 내가 어떻게든 박자를 맞추고 음정을 세고 틀리진 않을까 주저하는 소심이가 돼 있어서다. 그래도 이왕 갱생의 길로 들어섰으니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