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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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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 프로젝트, 손열음의 춤과 빛 손열음은 하이힐을 신고 무대 계단을 총총 뛰듯 걷는다. 건강한 사람의 발걸음. 온몸으로 들썩이는 때로 후둑 물 흐르듯 손 끝까지 힘을 놓고 떨어트린다. 그의 연주는 춤이다. 아름답다. 건강한 사람의 빛. 나는 여기 분들이 숨까지 맞추는 정성을 듣는다. 현과 현이 공기 안에서 부딪히고 울리고 번지는 섬세한 감각을 알아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볼 때면 늘 저 모습이 우리 팀이고 내 리더십이라면 ... 우와 우와 원한다. 때로 눈을 감고 한분 한분의 몰입이 만드는 눈이 질끈 감기는 쨍한 에너지 너머로 훌쩍 던져지는 상상을 한다. 그 기분이 호화스럽다. 2년째 고잉홈 프로젝트. 낯익은 연주자들을 꾹꾹 눈에 담고 반가운 마음 인사를 보낸다. '그대로'라는 키워드에 '감사'라는 의미를 붙인다.
꼬마의 하루, 나의 슬픔과 행복 잠에서 덜 깬 꼬물거리는 꼬마를 가만히 카메라에 담은 아침. 이 고요와 평화의 아침이 허락된 데에 감사와 상실을 가지는 날들이 이어지는구나. "꼭 와야돼! 꼭 와야 돼!" 수차례 약속을 받아내는 너. 이런 날마다 엄마의 부재로 부족했을 마음들이 합창하듯 항의하듯 소리치는 것 같다. 꼬마의 조급하고 간절한 약속의 말들 앞에서 헝클어졌을 네 지난 마음을 읽는다. 내가 제일 잘하는, 상쾌한 페르소나를 유지하면서 쿨하게 대답해 주기. 꼭꼭! 갈 거야! 걱정 마! (사랑해, 사랑해.) 행사 시작하기 2분 전. 역시 우리의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가 빠지도록 날 찾는 꼬마에게 뒷자리 멀리서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면서 인사를 보낸다. 그제야 안심한 듯, 세상 전부의 사랑을 준 훌륭한 엄마..
마흔에 읽는 니체, 를 읽다가 오늘의 나는 어제 내 선택의 결과다. 나는 어떤 시간은 실패했고 어떤 선택은 후회한다. 인생이 점이 아니라 선이라 믿고 물처럼 흘러 다른 의미로 제자리를 찾을 때를 기다릴 뿐. "모든 고통과 쾌락, 근심과 염려, 크고 작은 온갖 일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되풀이 된다면,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 온다면” 이라는 영원회귀는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이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없다는 의미겠지. 오랜만에 니체를 다시 읽다가 언제나처럼 위로 받는다. 니체는 고통 그리고 상실의 스스로를 발견하라고 엉덩이를 툭툭 걷어 차는 사람. 놀이에 몰두하는 아기처럼 자기의 몰락한 삶조차 성스럽게 긍정하며 살아가라고 괜찮다고 해 주는 유일한 분. 아무리 부족하고 힘든 우리 삶도 아름다운 삶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여덟 조각으로 살기 하루 여덟 조각으로 살기 오늘도 새 새벽 새벽 아침 오전 점심 오후 저녁 밤의 여덟 조각으로 하루를 산다. 새새벽에 눈을 떠 핸드폰에 손이 가는 걸 알아챈다. 과거와 같은 선택이 과거에 사는 이유라면 이 새벽부터는 다른 선택으로 현재를 살 거라면서, 두 손을 가슴 위에 모으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원하는 나를 상상한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전부 거짓말이야!’ 뇌의 외침이 들린다. 이 소리까지 외면하는 것이 새 새벽의 미션이다. 잘했어! 새벽에는 제법 땀이 나게 뭉쳤던 어깨와 웅크린 허리를 쭉 늘린다. 키가 1센치는 자랐을 모짜렐라 치즈 같은 스트레칭을 해내면 기분이 한결 낫다. 얼마든지 찐따인 나를 끝까지 미워하지 않는 힘이 새벽마다의 자기 돌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 가진 자의 충분한 기분..
나의 소크라테스가 묻는다 엄마, 엄마가 만약에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핸드폰을 쓸 수 없다면 그래도 갈거야? 당연하지! 무조건 가지! 핸드폰 대신 편지 쓰거나 문 앞에서 기다리면 되지. 근데 루다야, 다시 돌아가면 널 만날 수 없겠네? 아니, 나는 만나지. 나는 그대로 만나는 거야. 그럼 결혼도 하는 거야? 변하는 게 없네? 그럼 엄마 안 돌아갈래. 그냥 지금으로 살래. 나 지금도 좋아. - 엄마 만약에 죽을때까지 딱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엄마 만약에 엄마가 동물이 된다면? 엄마 만약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엄마 만약에 엄마한테 백억이 생긴다면 뭐 할거야? 엄마 나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 알아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하나 둘 셋?! 엄마 나 엄마가 좋아하는 색깔도 알아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하나 둘..
하루 8부제 요즘 하루 8부제로 산다. 새새벽 새벽 아침 오전 점심 오후 저녁 밤. 오늘은 대구에 다녀왔다. 수제비와 초록 고추들의 환대를 받았다. 지하철에서는 초로의 어르신이 짐 많은 내게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서문시장에서는 자일리톨과 마이쭈 딸기를 이 천원 입금할 걸 이 만원 입금해 여사장님이 층 한 바퀴를 헤매다, 내 손에 잔돈 만 팔천원을 쥐어 주셨다. 고맙습니다. 몽이와 몽이 친구들이 곁에 모인다. 꿈은 이루어진다. 뭘 해도 잘할 거 같다는 얘길 들었다. 뭘 해도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산다. 그 진심이 눈동자에 손끝에 혀끝에 묻어날 것이다. 여기 사는 나를 포함한 모두, 당신 삶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다. 다들 당신의 서사를 당신답게 산다. 당신들 가슴 속 에너지를 깊이 감각하면 감동이다. 매일의 반복은..
43살 생일 기록, 과일 7단 케이크와 더 웨일 어제와 같은 하루 어제와 같다. 오늘도 새벽 스트레칭 후에 짐종국 오빠가 알려준 스쿼트 15번 2회 한다. 아침 일 처리하고 오전 바이올린 강습 갔다가 활 잡는 법부터 다시 익혔다. 어릴 때 잘못 잡은 습관을 고치는 일이 어렵구나. 동생과 피자 점심 먹고서 아들 둘 선우랑 루다 픽업 다녀와서 다시 오후 일 시작했다. 저녁때 아들 셋 차돌박이 구워 먹였다. 내 앞으로 남은 기적 같은 한 점을 상추 고추 깻잎에 포개 먹었더니 꿀. 우리 아빠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툭하면 돌판에 차돌박이 구워 주던 생각이 났다. 저녁에 루다가 내 생일이라고 흰 종이에 과일 7단 케이크 그리는 거 감상하다가 젤이 볼에 뽀뽀 여러번 해줬다. 한젤이 어깨허리 종아리 마사지 해주고, 한젤이가 내 어깨 종아리 마사지 해주는 거 꿀처럼..
끌어당김의 법칙, 무엇을 끌어당긴 걸까 오늘 아침은 런던 언제나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일기도 쓰고 꿈도 적고 마음도 살피고 사랑하는 런던의 사진도 꺼내본, 그런 애틋한 아침이었다. 나에게 특별한 런던을 그리워하며 사진을 뒤적뒤적 꺼내보는 습관은 그 시절 예뻤던 나와 인사를 나누는 의식이나 다름없어서,, 유난하게 설레는 시간이었는데... 애틋함을 뒤로하고, 아이들 아침밥을 가지런히 준비했다. 디저트로 황도를 아끼는 샴페인볼에 챙겨주니 루다는 우와!! 엄마 예쁘다,라고, 반응해 주었다. 한젤이는, 환경을 생각해야지. 예쁘지만 설거지 거리가 두 개 나오잖아라고 말하더라. 오호! 우리 아들 학교에서 잘 배웠네 토닥토닥 해 주면서 한술 두 술 뜨는 거 지켜봤다.. 야무지게 아침밥 먹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 날들도 없었구나 싶어서 꿀 떨어지는 엄마 모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