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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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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ur, 2012 미카엘 하네케, 2012 사랑을 전제로 시작된 '부부'란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사랑의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순간마다 알던 사랑이 흩어졌음을 깨닫고 새어나오는 쌉싸름함을 맛보는 게 결혼이오, 이 맛이 사랑이었나 헷갈릴 때마다 건방증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겨 사는 모양새여야 부부다. 둘의 심장 소리가 온 몸을 두드릴 때 함께 잠을 자고, 매일 밤 나란히 누워 잠자길 이루면, 어느새 각자가 침대의 일부분이 되어 서로를 의식치 못하고 잠든다. 세월이 흘러 문득 스치듯 마주한 얼굴에서 닮은 듯 늙어버린 서로를 발견하게 될 때, 행여 그맘때 병이란 불행이 들이닥쳐 당신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되어줄 유일한 한 사람이 됐을 때, 그때 알게 되려나보다. 이 전부가 사랑이었단 걸. 이토록 차갑고 날선, 아..
단 하룻밤의 사랑 Before Sunset, 2004 왈츠 한 곡 들어봐요. 그냥 문득 떠오른 노래 하룻밤의 사랑 노래. 그날 그댄 나만의 남자였죠. 꿈같은 사랑을 내게 줬죠. 하지만 이제 그댄 멀리 떠나갔네. 아득한 그대만의 섬으로. 그대에겐 하룻밤 추억이겠죠. 하지만 내겐 소중한 당신. 남들이 뭐라든 그 날의 사랑은 내 전부랍니다. 다시한번 돌아가고 싶어. 그날 밤의 연인이 되고 싶어.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내겐 너무 소중한 당신. 단 하룻밤의 사랑. 나의 제시. 비포 선셋은 미안하지만 내 영화 같아. 영화 속 제시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 바로 그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추억으로 저물지 않는 지난 사랑이 머뭇머뭇. 몇 년이 흐른 뒤에 다시 본 이 영화, 처음보다 많이 좋다.
두번째 사랑 두 번째 사랑이길 바랐던 하정우는 넘 대세남이 되어 매력이 반감됐지만, 역시 좋은 배우란 느낌이다. 느지막이 찾아 본 (김진아 감독)은 욕망을 좇은 여성이 결국 파멸에 이르는 여느 불륜 영화와는 다르게 평화로운 해피엔딩이 인상적이다. 아이를 지독히(목숨을 걸만큼) 가지고 싶어 하는 ‘부부'의 설정이 진부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 주인공 소피가 이룬 두 갈래의 사랑이 모두 납득할만하단 점에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에서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엠마의 마지막 결심과 결을 같이 해, 앞선 여성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도 보인다. 다만, 불륜의 행복한 결말이란 게 어쩜 이리도 영화 같을까 싶어 조금은 헛헛해지고 말았다.
자전거 탄 소년 다르덴, 그들의 영화는 적어도 내겐 영화가 아니었다.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기엔 사실과 닮았고, 그늘진 삶을 애써 살아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로 보는 창이 되곤 했다. 그들이 고집스럽게 사용하지 않은 영화 속 음악이 에서 들려올 때,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가 희망의 다른 말로 전해져 감상을 방해할 때 아, 그들도 변했구나 싶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주인공 소년 '시릴'이 보이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향한 무한한 이해와 변명은, 시릴의 위탁모 '사만다'가 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내리 사랑은 영화의 중심을 이뤄 가슴을 친다. 비난하지 않는 것은 믿음, 신의, 어쩌면 사랑과 같은 말이 아닐까. 어떤 깨달음의 울림이 깊다. 어쩌면, 많은 평자들이 얘기한대로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이번 작품을..
탐나노라, 나탈리와 애쉬튼의 러브스토리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이유는 순전히 두 배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래도 나탈리 포트만과 애쉬튼 커처의 19금 로맨틱코미디 영화라면 후회하진 않을 것 같았다. 보고난 지금, 후회는 없다. 더해 영화의 흥행 부진은 ‘친구와 연인사이’라는 촌스런 한국말 제목 때문이란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는 우연한 두 번의 마주침. 이어지는 돌발적인 모닝 섹스 후 짬 시간마다 즐거운 섹스를 즐기는 것에 합의한 엠마와 아담. 이들은 애정의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적당한 규칙을 정해 놓긴 하지만, 조건 없이 이유 없이 자유롭게(No Strings Attached) 친구를 가장한 섹스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잇는다. 결국 어찌할 수 없이 인정하게 될 진한 사랑이 될 거면서. 꽤 도발적인 줄거리에 비해 실..
가을. 도가니 한장면 작년 가을 와 함께했다면 올 가을 (황동혁 감독) 어떨까. 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화된 공지영 소설. 강동원에 이어 공유가 합류했다니 ... 기대반 걱정반. 시종일관 어둡고 음습한 그러나 기운어린 눈길로 따라 밟았던 실화 소설이기에. 제법 극적으로 단장될 영화 분위기가 궁금해진다... 올 가을도 기다려진다.
창신동, 티끌모아 로맨스 촬영장 2011. 4. 촬영현장, 창신동 영화 촬영장을 가까이에서 구경해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십억 단위의 영화라니, 더구나 한예슬과 송준기가 주연이라니 기대가 남다를 밖에. 밤 열시가 넘어서, 야식으로 준비한 돼지 족발을 한아름 실은 제작부의 차량이 창신동의 가파른 오르막 골목길을 올랐다. 밤샘 촬영이 예정된 그곳은 밤길을 훤히 밝혀주던 가로등 불빛이 초라해 보일만큼의 조명기기가 완벽 세팅되었고, 대략 가늠해 봐도 족히 60, 70명은 돼 보이는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발아래 펼쳐진 서울의 야경도 찬란했지만, 진하게 쏟아지는 조명 빛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어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거라던 감상적인 책 제목이 거짓말임을 알아차려 버렸다. 영화는 영화인 거다.
공감능력 2. 17 개봉 영화 의 VIP 시사회 중 영화가 급작스럽게 멈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누구보다 감독님 얼굴이 빳빳이 굳었다. 하드의 돌발 에러라고 극장 측은 설명했고, 임시 하드로 교체해 프로그램을 재부팅해야 하는데 상영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기계적인 문제라니. 어떻게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서서 기다리는 수 밖엔 없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흘렀을까. 김조광수 대표님이 '아무 설명 없이 앉아 계시게 하는 건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뭐라도 해봐.' 라고 하셨다가 '해주세요. '라는 부탁에 떠밀려 스크린 앞으로 뛰어 나가셨다. 그의 위트있는 말솜씨로 경직된 객석의 분위기가 슬며시 녹아내려 다행이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영화의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