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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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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핵심만 남도록 📝 소로의 월든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목이다. 나는 삶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 삶이라는 녀석의 골수를 전부 빨아먹고 싶다. 스파르타인처럼 굳건하게 삶을 살아내어, 삶이 아는 것들을 전부 깨부수고, 기다란 낫을 넓게 휘둘러 살이란 것을 바싹 깎아내고, 삶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구석으로 몰아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작은 핵심만 남도록. 그는 인생을 남김없이 맛보고 싶었다. 그 어떤 경험도 감정도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이 삶이기에 성공이냐 실패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삶의 골수를 빼 먹는 그만의 방식이었고, 그의 삶에 의미를 만들어주었다. |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작은 핵심만의 삶이라니. 우리가 걸은 안개 자욱한 어느 새벽의 ..
12월 1일 기쁨도 설렘도 슬픔도 충만함도 투명하게 느끼는 날들 보내다가 곧 만나. 난방 잘 하고 깊은 잠도 잘 자길. 미래나 과거에 사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지 않길..현재를 사는 사람의 강함으로! | 사람의 마음을 자라게 하는 위로가 있다. 고마워 말리
기꺼이 무릅쓰는 일 사흘만에 루다를 만났다. 우리 만나면 한 챕터씩 읽는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들고 품으로 달려 안기는 루다와 '마음 나누기' 편을 읽었다. 루다야 엄마가 아까 먹고 있던 귤을 너랑 나눠 먹은 것도 마음을 나눈 거지. 루다가 방긋 웃는다. 우리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감사 일기를 한편씩 적고 스티커를 모으는데, 오늘은 하굣길의 감사함을 깨달은 모양이다. 스티커 열개가 모이면 원하는 걸 선물 주기로 약속했더니 제법 잘 챙긴다. 눈에 잠이 가득한 루다. 나와 여러 얘길 나누다가 잠들고 싶다고 말했다. 원하는 걸 정확히 요청하는 이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글썽글썽한 기분이 되었다. 내게 보내는 저 순수한 눈동자는 오늘 밤의 선물이다. 엄마는 지금이 제일 좋겠지만 만약에 억만장자가 된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어? 엄마..
꽃선물 내 꿈은 얼마나 확신에 차서 이 유한의 세계를 바라보는가. 두려움도 없고 애걸도 하지 않으면서.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 하루를 마감하는 밤의 직전에 기운내라는 꽃선물을 받았다. 마음에 꽃이 핀다.
파라다이스 루다가 어젯밤 꿈에 예행연습 때 실패한 텐트 치기에 성공했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꿈은 반대라는데? 모르겠고! 아이의 설렘이 전해진다. 덩달아 나도 떠나나 싶게 달뜬다. 아이 짐을 챙겨주는 일은 하나도 안 어렵고 즐겁다. 내가 잘하는 일이 몇 개 없는데 여행 짐 싸는 건 야물다. 아들이 엄마 짐 싸는 기술이 끝내준다며 배웠으면 좋겠지만. 루다야, 옷은 꼭 갈아입는 거야. 수건을 꼭 말려야 해. 냄새나는 옷 계속 입지 마. 추우면 긴팔 꺼내 입어야 해. 여기 오른 날개 주머니에 넣는다. 어디에 넣었다고?! 너무 신나도 뛰면 안 돼. 텐트 줄에 발 걸려 넘어졌다가 예건이 형 팔 부러진 거 알지? 차분차분하게 걸어야 돼. 가만히 짐만 싸야 하는데 잔소리가 더해진다. 아들은 일도 안 듣는 거 같다. ➰ 루다야 ..
양양 마치 세계여행 중에 양양에 떨어진 양 짐이 무척 많구나. 난 늘 압도적인 만족감을 대비한다. 이날 당일치기 여행에도 여러 권의 책과 여러 종류의 과일과 커피와 블랭킷 그리고 여분의 옷과 신발 그리고 필름들과 필름카메라를 챙겼다. 순간마다 영감을 발견하고 일상의 가치를 알아채는 삶을 살라는 지혜 앞에 숨을 쉬고 귀를 기울이고 욕망을 내려놓고 흐르도록 두다가도 불현듯 거짓말 같은 경험의 기회 앞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욕망한자 더 누리리. 믿는다. 비현실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 기꺼이 포기하지 않는다. 짐들을 바리바리 이고지고 떠난다. 그곳이 어디든. 누구와 함께든. 난 현실 밖을 꿈꾸고 그만큼 불행하고 그만큼 설렌다. 법륜스님은 절대로 모를 맛이다. 니체는 물었다. 너 자신을 멸망시킬 태풍을 네 안에 ..
세대란 아름다운 것 세대는 사실 아름다운 것이죠. 하나의 세대가 사랑의 관계를 통해 자연적인 종족 보존의 욕망을 실현하는 거예요.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운명과 사랑이라는 운명이 있다면 세대라는 것은 문화의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관계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죽음의 운명을 사랑으로 이겨내기 때문이죠. 상처로 숨 쉬는 법. 김진영. P. 146 특별한 관계란 특별히 존재한다고 알았는데 이번 세대를 통해 인연을 맺은 (맺을) 동료들 친구들 가족들 전부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관계라는! 물론 아도르노는 세대 관계의 상처를, (리버럴리즘적) 삶의 패배 예정된 패배 객관적 권력의 승리를 얘기하며 비판적 성찰의 길로 깊이 안내한다. 세대란 아름다운것
작은 마당의 환대 우리 집 작은 마당에 들어서는데 온갖 초록과 초록 사이사이 빛들이 찬란하게 떨어지는 거야. 이건 거짓말이잖아! 마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속 틸다 스윈튼처럼, 입은 옷을 모두 벗어 던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앉았더니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랄까. 황홀하더라. 월요일 퇴근해 도착한 집에서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내보여도 되는 자유로움의 과장된 기분이었겠지. 아 물론 와인도 한잔 했으니까. 기대하지 않은 작은 마당의 환대를 받으며 기대에 대해 생각해. 기대가 기분을 망치고 일을 망치고 관계를 망치기도 하니까. 기대를 내려놓으면 최소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지니까. 그로부터 자유가 시작되니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에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