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알러지 (477)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뜨르비행장 2014. 1. 1 제주 정뜨르비행장 하루에도 수백의 시조새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닥을 할퀴며 차오르고 찢어지는 굉음으로 바닥을 짓누르며 내려앉는다 차오르고 내려앉을 때마다 뼈 무너지는 소리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시커먼 아스팔트 활주로 그 밑바닥 반백년 전 까닭도 모르게 생매장되면서 한번 죽고 땅이 파헤쳐지면서 이래저래 헤갈라져 두번 죽고 활주로가 뒤덮이면서 숨통 막혀 세번 죽고 그 위를 공룡의 시조새가 발톱으로 할퀴고 지날 때마다 다시 죽고 육중한 몸뚱어리로 짓이길 때마다 다시 죽고 그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뼈소리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정뜨르 비행장이 국제공항으로 변하고 하루에도 수만의 인파가 시조새를 타고 내리는 지금 '저 시커면 활주로 밑에 수백의.. 만약 나라면... <더 헌트> 더 헌트, 2012 만약에 내가 루카스라면 테오라면 클라라의 엄마라면. 모든 만약에가 성립되니 이를 어떻하나. 영화인데, 적어도 악인 하나쯤 등장해야 속 시원히 끝날 수 있을텐데. 아이의 작은 거짓말에 처참히 부숴지는 한 남자의 시간을 답답해 하며 지켜봐야 하는 건 고역이다. 모든 것이 이치에 맞게 흐르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의 판단이 진심일 지언정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고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는 말해 주는 것 같다.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다' 라고 믿는다. 그래서 쉽게 '유죄추정의원칙'에 몸을 싣는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은 유죄추정의원칙이 대체로 옮다고 우리를 오도한다는 점에서 혐오스럽다." - 신형철 리뷰 중에 - 좋은사람 2013. 12. 마치 하루만 살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양 아슬아슬 불안했던 흐트러진 나에게 불현듯 찾아온 너희들 겨우 이만큼이지만 엄마로 불러줘 좋은 사람이 된 마냥 살 게 해 줘서 고맙다 봄밤 2013.12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김수영 눈빛 2013. 11. 최고로 치는 울 아빠 눈빛. 오롯이 내 차지였던 때가 있었는데 ... 요즘엔 요놈이 전부 갖는다. 가능성 2013. 10. 갈매기 여럿이 가슴 밑바닥 꽁꽁 숨겨 논 가능성을 낚아채 바다에 던진다. 가을, 지긋이 바라본 동해 바다의 풍경을 그리 읽으니 슬며시 눈물이 고인다. 남은 건 이룰지 이룰 수 없을지 알길 없는 가능성을 붙들고 희망하는 일 뿐인 걸. 요즘 난 가능성의 문을 조금씩 천천히 닫고 있다. 예기치 않게 들어선 우회로를 거쳐 결국 걷고 싶은 그 길을 만나게 될까. 모든 길은 통한다는 무심한 위로에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까. 시들어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향기 낼 수 있을까. 하나씩 접은 마음 틈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내민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도 괜찮은 걸까. 자연스럽게 2013. 10. 지천에 널린 감나무로 모자라 모과나무, 석류나무, 밤나무, 연꽃 못이 황홀경이다. 욕심 없이 피고 지는 이 기특한 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비슷한 모양새로 살고 싶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일. 최대한 '자연'스럽게. 선운사 동구 2013. 10. 선운사 동구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서정주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