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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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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여름 2011. TH-dong 사랑에 빠졌어... 누구와든. 가을은 사랑을 부르는. 낭만적인 계절이다. 첫사랑이 가을 무렵 찾아와서일까. 기억은 가물하지만, 가을 기운이 돈다하면 먼저 설레고 본다.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이 8월 끝자락에 살랑 살랑 불어 온 마음을 헤집더니 도로 여름이 온 모양이다. 특히 오늘은,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어 어둠이 급하게 깔렸다. 강훈 오빠의 첫 개인전 '눈에 밟히다' 오픈식이 천장이 뻥 뚫린 류가헌에서 곧, 시작될텐데...
여행한 후에 남겨진 것들 2011. 8. Los angeles 가리지 않고 먹었다. 특히 고기라면 바비큐에서 맥도날드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남은 음식물은 컵이고 접시고 빨대고 휴지고 구분 없이 함께 휴지통으로 훅 밀어 넣으면 그만이었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라더니 분리수거 제도만큼은 허술한 건지 선진국의 오만함인지 쓰고 버리는 일이 이상하리만치 쉬웠다. 텀블러도 챙겼지만 비행기 안에서 꺼내기는커녕 트렁크에 넣어두고 그걸로 끝이었다. 물이요 쥬스요 와인이요 주문하며 받아 쓴 종이컵만 열 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한번 쓰고 버려질 걸 뻔히 알면서도 잘 빠진 모양이 탐나 기어코 뜯어내 비누 샴푸 치약은 일회용을 즐겨 썼다. 어차피 이곳에선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단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아무도 날 주시하지 않아 마치 투명인간이 된 ..
모른체 London 고마워. 잊지마. 노력해. 널위해. 아파도. 미안해. 모른체. 위로해. 울지마. 너도. 나도.
Strange Fate 생각이 깊어지면 .. 투두둑 눈물을 떨굴지도 모르지. 궁금해 하지 않도록 하려고. 어떤 사정이 있는가본데 응원하려고. 무엇이든 네 행복을 가로막는 것 따위 없었으면 좋겠어.
그래도 극복해 삶의 기막힌 타이밍 중에 하나는 한 박자 늦는 깨달음이야. 그놈은 언제나 현재를 쫓는 과거에 머물러 지금의 꽁무니만 질질 쫓아 이대로라면, 눈 감는 그날도 아마, 아쿠, 이제야 알겠네 하게 될거야. 두 눈을 부릅뜬 끔찍한 모습으로 말이지. 사랑은 그래도 괜찮았잖아. 첫눈에 반해 이거, 사랑같아. 던져도 나름 로맨틱했고, 나 그만할래 하고 떠나면 곧 이별이 됐고, 다시 만나고 싶단 구애로 반나절 집 앞을 서성이면 그대로의 품속에 안길 수도 있었잖아. 사는게 사랑같음 얼마나 좋을까 말이야. 헌데, 사랑처럼 살았냐고 반문해보자구. 그렇게 목숨걸고 울고 웃어봤는지 그의 마음을 향해 돌진해 봤는지 그의 심장 박동을 느껴 보려고 귀조차 기울여 봤는지 말이야. 따뜻한 심장이 있다고 믿고 산거야 이제껏. 그거 하나면 ..
당신 누구인가요? 2011. 2. 22 '손홍주 인물사진 과제' 셀프포트레이트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이 질문에, 21살 영화감독이 꿈인 친구는 칠판에 해삼처럼 보이는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을 설명했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언니는 'O형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고 A형인줄 아는 분도 계시지만 AB형입니다' 라며 혈액형별 특징으로 성격을 내보였다. 가장 인상 깊은 한 분은 짧게 주어진 발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며 3분짜리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을 BGM으로 깔고 얘기를 시작, 그간 찍은 사진들 중에 몇 점을 가지고 와 일상과 미래의 포부까지 조곤조곤 설명하셨다. 난? 동문서답처럼 현재 처한 상황을 나열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는데, 최소한 귀가 밝다는 단편적인 특징이라고 알렸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단 생각도 든다. 허나 이..
닭의 노래 2007.12. 상하이 올해의 시작에 '소박한 밥상' 을 집은 건 탁월한 선택인 듯싶다. 작년 이맘때 육식을 멀리해보자는 각오가 말짱 도루묵이 되고도 모자라 아예 깜깜하게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다시 한 번 채식주의의 의지를 다잡아 보게 됐다. 사실 어떤 글에 감흥 했다고, 글처럼 실천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아마 나의 채식주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일테고... 다만, 실낱같은 희망을 봤다면, 바로 어제. 일주일에 내내 먹으래도 좋을 만큼 난 닭요리를, 특히 닭볶음탕과 삼계탕을 좋아한다. 어제는 몸이 으슬으슬 춥고 기운도 없길래 삼계탕용 닭을 사다가 집에서 푹 고아 먹었다. 문제는 그 닭이 너무 작았을 뿐 아니라, 불그스름한 것이 꼭 아기 같아 보였다. 모른 체 하곤 고놈을 팔팔 끓여 넓은 냄비에 담아 다리..
특별하지 않기 2010. 12. 별일 없이 일찍 잤더니 참새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새해의 첫 날인데 그만한 감흥은 적고 그저 쉬는 하루 추운 겨울 조용한 아침이란 느낌. 쉬엄쉬엄 올해 바람들이나 적어볼까. 작년처럼 사진 찍는 게 재밌고 신났으면. 내가 찍은 사진이 찍힌 사람에게도 행복이면 더 좋겠어. 지금보다 소박한 밥상을 꾸려봐야지. 한젤이보다 먼저 일어나는 부지런한 엄마가 되자구. 친구들과 돈독하도록 먼저 신경쓰고. 엄마 아빠 사진 많이 찍어드려야지. 무엇보다 아프지 말자, 건강하자. 평범한 바람들을 이루고 사는 것, 뭘 이뤘다는 성취감도 비껴갈 만큼 잠잠하게 살아지는 것. 이게 바로 복이고 행운같아. 나이 들고 있구나. 언제나 특별하길 바라던 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