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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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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 우리 집 할렘 104 street 1st Ave. 2014. 6. New York 뉴욕 여행 경비 3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뉴욕행 역시 급하게 결정됐다. 이스트할렘의 건물 폭파 사고가 나기 하루 전날, "그래, 까짓 가자.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얼마나 위험하겠어!" 호기롭게 그곳의 한 스튜디오에 예약금을 보냈다. 함께 간 슈테른 일행은 보름 남짓, 후발 주자인 난 일주일 남짓 머물게 될 곳이었다. 맨하튼 중심부에서 떨어진 이곳에 머문다면 5명 총 숙박비의 300만원 가까이 아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할렘이라면 수년 간 봐온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허리춤에 총 한 자루씩 찬 흑인들의 무법 천국이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이 이스트할렘이라고 불린다지만 결국 할렘이 아닌가. 한번 키워진 걱정은 잦아들 기세 없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나름 오랜 기..
다섯 살 아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리가 얻은 것들 2012년 5월 41개월 아들과 뱃속 8개월 아들 둘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회사원 생활 중 처음으로 긴 휴식을 가지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이가 벌어진 큰 아들과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4살이 되기 전에는 데리고 와야 해" 아이 낳고 한 달 만에 할머니 품에 안기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할머니 댁이 전라도 광주니까, 매주 가던 게 격주가 되고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이 되기도 했다. 갈 때마다 눈동자부터 발가락까지 전부를 동원해 환대해 주던 아들을 꼭 안던, 아니 어쩌면 내가 아들 품에 꼭 안긴 둘의 연결감이 생생하다. 당시 영화 마케터였던 나는, 워낭소리가 개봉 전 시사회 관객들의 눈물 바람을 일으킨 현장에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고 아니나 다를까 100만 관객..
치앙마이 워케이션, 최선을 다하지 말 것 현재의 내 모습을 버려야만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노자 치앙마이 워케이션 치앙마이 워케이션은 우연히 마일리지 티켓팅이 가능한 걸 확인한 순간, 아 그럼 내 사업 준비를 치앙마이에서 해볼까? 하는 찰나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곧장 치앙마이에 7년째 거주 중인 지인에게 연락을 드렸다. 이러저러한 일을 도모하려는데 만나 주세요라고. 아 제가 다른 일정이 있는데 수요일 하루 시간이 나네요, 회신을 받고 짐을 챙겼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일정을 컨펌받고 계획을 보고하는 식의 지긋지긋한 회사스러운 일은 없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나고, 결과를 메이드 시키는 책임 역시 나에게 있을 뿐. 무한히 반복해도 모자란 퇴사 예찬. 최선을 다하지 말 것 치앙마이, 셋째 날. 유난하게 여행에도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 두 ..
혼자서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셋 치앙마이에서 묶은 림핑 빌리지 호텔은, 여기저기 반복해 말하고 다닐 만큼 인생 숙소다. 호텔 서비스 규모 같은 요소와 상관없이 공간이 지닌 고유한 정서가 평화 그 자체였다. 신과 같은 나무 아래에서 매일 아침 눈인사를 나눈 나와 같은 여행자들 그리고 이 공동체 내에서 '남을 위해' 기여하는 태도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그립다.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하나 역시, 림핑 빌리지 호텔에서다. 내가 묶는 기간 동안 유럽 여행자, 특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와 초로의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생소한 언어를 쓰는 거 같아서 북유럽 분들인가 예상만 했을 뿐 정확한 국적을 알 수 없는 그들과 아침마다 눈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머문 동안 같은 시간 같은 테이블 가장 마지막까..
하와이 여행과 취재 뒷이야기 생애 첫 하와이 2023년 트립풀 하와이 개정판이 나왔구나. 트립풀 하와이편의 첫 출간을 앞두고 스폿 취재를 위해 생애 첫 하와이로 떠났었다. 그 기억을 기록한다. 아름다운 바다만으로 충분한 따뜻한 섬, 신혼 부부들을 위한 천국. 하와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다. 인생의 첫 하와이라서 기쁘게 스폿별 취재지 정보를 챙기고 익혔던 기억. 하와이안 항공의 아기자기한 파우치 선물에 들은 여행 굿즈들에 감탄하며 도착한 호놀룰루 국제공항. 호놀룰루라고 발음하면 어깨가 들썩이고 와이키키라고 발음하면 발까지 동동 구르게 되지 않나. 하와이어로 호놀룰루는 보호받는 곳이란 의미이고 와이키키는 솟아오르는 물이란 의미라고 한다. 이토록 예쁜 말을 가진 하와이, 아 하와이. 온통 눈부신 와이키키 LA를 여행..
치앙마이 여행, 태도의 말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태도의 말들 치앙마이에서 만난 그녀 치앙마이 Rimping Supermarket 맞은편 작은 마사지숍. 숙소에서 동네길을 걷다가 슈퍼에서 맥주캔을 하나 사서 나오는 길에 들렀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가 공간도 소박한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아무 소리 말이 통하지 않는 걸 단박에 알았지만 묘하게 통했다. 옷을 바꿔 입으라고 자리를 비워준 사이, 불을 끄고 오일을 챙겨서 내 곁으로 다시 오는 그녀의 움직임이 차분했고 손길은 따뜻했다. 그녀 손길이 내 뭉친 곳들을 힘주어 누를 때 터지는 윽 하는 신음 소리에 같이 웃었다. 내 몸의 단단한 곳과 연약한 곳을 금세 익혀 위치마다 손아귀 힘을 다르게 싣는 그녀를 감각하는 시간이 편안했다. 나의 노모가 떠..
치앙마이 여행 다시 가고 싶은 이유 세 가지 치앙마이 가깝고 쉬운 여행지, 그 이상 디지털 노마드의 시작으로 지난 2월 치앙마이에 1주일을 살았다. 일과 여행의 경계에서 그만큼 누리고 느꼈다. 가깝고 쉬운 여행지라는 인상 때문에 여행지 리스트에서 자꾸 뒤로 밀렸었는데, 팬데믹 후에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가 가깝고 쉬워서였다.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가 선택의 이유가 되는 인생의 장면이 난 뭐랄까 묘하고 신비롭다. 이 말은 곧 무엇이든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 같아서. 선택에 정답은 더더욱 없으니 물흐르듯 지나보면 마음에 두었던 무엇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는 진리 같기도 해서. 가깝고 쉽고 따뜻하고 조용하고 상냥하고 신과 같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득한, 치앙마에 다시 가고 싶은 이유 세 가지를 꼽아 봤다. Hotel , 림핑 빌리지 Rimping Villa..
아들 둘과 떠난 여행 아들 둘과 여행 떠나기 전, 이토록 다른 두 강아지들 데리고 여행 다녀왔다. 셋의 첫 여행이라 어떤 마음들인지 궁금해 재차 묻는데 루다는 기대돼 기대돼 수영장과 호텔방!이라고 감정과 구체적 요소까지 재잘거리는 반면에 한젤이는 기대 안되는데, 라며 시크하다. 그럼 왜 가는 거야? 포기하지 않고 질문하는 내게 어제 마트 같이 못 같으니까 (이번엔 같이 가주는 거야) 같은 묘한 뉘앙스의 말을 이어 주길래 고마웠다. 말수 적은 아들의 말소리가 고맙고 오락 가능한 기기도 스스로 내려 놓고 그저그럴 엄마와의 여행에 임하는 저 포용적이고 심플한 마음가짐이 더 고마웠다. 문득 이 뿌듯함은 뭐지 묻다가, 문득, 이토록 다른 두 녀석을 낳은 나는 세상에 뭐 이토록 멋진 일을 일으켰나 싶어서 깜짝 놀랐다. 얘네들을 내가 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