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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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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리가 얻은 것들 2012년 5월 41개월 아들과 뱃속 8개월 아들 둘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회사원 생활 중 처음으로 긴 휴식을 가지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이가 벌어진 큰 아들과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4살이 되기 전에는 데리고 와야 해" 아이 낳고 한 달 만에 할머니 품에 안기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할머니 댁이 전라도 광주니까, 매주 가던 게 격주가 되고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이 되기도 했다. 갈 때마다 눈동자부터 발가락까지 전부를 동원해 환대해 주던 아들을 꼭 안던, 아니 어쩌면 내가 아들 품에 꼭 안긴 둘의 연결감이 생생하다. 당시 영화 마케터였던 나는, 워낭소리가 개봉 전 시사회 관객들의 눈물 바람을 일으킨 현장에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고 아니나 다를까 100만 관객..
치앙마이 워케이션, 최선을 다하지 말 것 현재의 내 모습을 버려야만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노자 치앙마이 워케이션 치앙마이 워케이션은 우연히 마일리지 티켓팅이 가능한 걸 확인한 순간, 아 그럼 내 사업 준비를 치앙마이에서 해볼까? 하는 찰나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곧장 치앙마이에 7년째 거주 중인 지인에게 연락을 드렸다. 이러저러한 일을 도모하려는데 만나 주세요라고. 아 제가 다른 일정이 있는데 수요일 하루 시간이 나네요, 회신을 받고 짐을 챙겼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일정을 컨펌받고 계획을 보고하는 식의 지긋지긋한 회사스러운 일은 없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나고, 결과를 메이드 시키는 책임 역시 나에게 있을 뿐. 무한히 반복해도 모자란 퇴사 예찬. 최선을 다하지 말 것 치앙마이, 셋째 날. 유난하게 여행에도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 두 ..
혼자서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셋 치앙마이에서 묶은 림핑 빌리지 호텔은, 여기저기 반복해 말하고 다닐 만큼 인생 숙소다. 호텔 서비스 규모 같은 요소와 상관없이 공간이 지닌 고유한 정서가 평화 그 자체였다. 신과 같은 나무 아래에서 매일 아침 눈인사를 나눈 나와 같은 여행자들 그리고 이 공동체 내에서 '남을 위해' 기여하는 태도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그립다.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하나 역시, 림핑 빌리지 호텔에서다. 내가 묶는 기간 동안 유럽 여행자, 특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와 초로의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생소한 언어를 쓰는 거 같아서 북유럽 분들인가 예상만 했을 뿐 정확한 국적을 알 수 없는 그들과 아침마다 눈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머문 동안 같은 시간 같은 테이블 가장 마지막까..
하와이 여행과 취재 뒷이야기 생애 첫 하와이 2023년 트립풀 하와이 개정판이 나왔구나. 트립풀 하와이편의 첫 출간을 앞두고 스폿 취재를 위해 생애 첫 하와이로 떠났었다. 그 기억을 기록한다. 아름다운 바다만으로 충분한 따뜻한 섬, 신혼 부부들을 위한 천국. 하와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다. 인생의 첫 하와이라서 기쁘게 스폿별 취재지 정보를 챙기고 익혔던 기억. 하와이안 항공의 아기자기한 파우치 선물에 들은 여행 굿즈들에 감탄하며 도착한 호놀룰루 국제공항. 호놀룰루라고 발음하면 어깨가 들썩이고 와이키키라고 발음하면 발까지 동동 구르게 되지 않나. 하와이어로 호놀룰루는 보호받는 곳이란 의미이고 와이키키는 솟아오르는 물이란 의미라고 한다. 이토록 예쁜 말을 가진 하와이, 아 하와이. 온통 눈부신 와이키키 LA를 여행..
치앙마이 여행, 태도의 말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태도의 말들 치앙마이에서 만난 그녀 치앙마이 Rimping Supermarket 맞은편 작은 마사지숍. 숙소에서 동네길을 걷다가 슈퍼에서 맥주캔을 하나 사서 나오는 길에 들렀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가 공간도 소박한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아무 소리 말이 통하지 않는 걸 단박에 알았지만 묘하게 통했다. 옷을 바꿔 입으라고 자리를 비워준 사이, 불을 끄고 오일을 챙겨서 내 곁으로 다시 오는 그녀의 움직임이 차분했고 손길은 따뜻했다. 그녀 손길이 내 뭉친 곳들을 힘주어 누를 때 터지는 윽 하는 신음 소리에 같이 웃었다. 내 몸의 단단한 곳과 연약한 곳을 금세 익혀 위치마다 손아귀 힘을 다르게 싣는 그녀를 감각하는 시간이 편안했다. 나의 노모가 떠..
끌어당김의 법칙, 무엇을 끌어당긴 걸까 오늘 아침은 런던 언제나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일기도 쓰고 꿈도 적고 마음도 살피고 사랑하는 런던의 사진도 꺼내본, 그런 애틋한 아침이었다. 나에게 특별한 런던을 그리워하며 사진을 뒤적뒤적 꺼내보는 습관은 그 시절 예뻤던 나와 인사를 나누는 의식이나 다름없어서,, 유난하게 설레는 시간이었는데... 애틋함을 뒤로하고, 아이들 아침밥을 가지런히 준비했다. 디저트로 황도를 아끼는 샴페인볼에 챙겨주니 루다는 우와!! 엄마 예쁘다,라고, 반응해 주었다. 한젤이는, 환경을 생각해야지. 예쁘지만 설거지 거리가 두 개 나오잖아라고 말하더라. 오호! 우리 아들 학교에서 잘 배웠네 토닥토닥 해 주면서 한술 두 술 뜨는 거 지켜봤다.. 야무지게 아침밥 먹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 날들도 없었구나 싶어서 꿀 떨어지는 엄마 모드였..
자존감 높이는 방법,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전미경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꽤 강도 높은 수준의 이성적 각성이 필요합니다. 불편한 일을 겪고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도 그것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이성적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필요합니다. 수준 높은 각성 상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나를 지키는 자존감으로 작용합니다. 우리가 어떤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도 어..
퇴사 후, 나를 행복하게 하는 7가지 22년 11월, 퇴사 15일 차 18년 회사 생활의 팀장 직급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애초에 섭섭한 감정은 없었지만 이만큼 매일 아침이 평온할 줄은 몰랐다. 자랄 땐, 늦둥이 막내의 눈으로 새벽부터 한밤까지 이어진 은행원 아빠의 삶을 지켜봤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같은 시간마다 전날 밤 준비해 놓은 말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구두약으로 손질한 반질반질한 까만 구두를 신고 출근하던 아빠. IMF 시절 아빠의 은행원 삶이 마무리 되고, 그 뒤 새로 시작된 같은 하루들. 아빠에게 늘 비슷한 얘길 들었던 거 같다. “성실하게 착실하게 회사에서 인정받아라.” 나도 경제적 삶을 위해 회사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퇴사를 감행하기까지18년이 걸렸다. 순간마다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주는 가는 나의 몫이다. 퇴..